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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문명의 극복과 새로운 생명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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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은 서양문명이 주도한 생명 파괴적 생활양식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서양문명이 주도하는 생활철학은 물질론과 기계론이다. 마르크스뿐 아니라 모든 자연과학자들과 대부분의 사회과학자들은 물질론(유물론)에 매여 있다. 대표적인 탈현대주의 철학자 들뢰즈는 생명체를 ‘욕망하는 기계’로 인간을 ‘생각하는 기계’로 보았다. 컴퓨터와 인공지능은 계산하는 기계다. 돈과 물질은 계산하고 측정할 수 있는 것이다. 기계적 계산과 물질적 인과관계에 집착하는 현대인의 사고방식과 가치관은 물질론과 기계론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생명체와 인간을 죽은 물질과 기계로 보는 철학과 생활양식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나와서 인간의 생활을 위협하게 되었다. 마치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에게 준엄하게 경고하는 것 같다. 우주 물질과 생명과 인간을 죽은 물질과 기계로 보고 대하고 만나고 사귀면 반드시 파멸과 죽음에 이르고 만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행은 서양문명의 극복과 새로운 생활문명을 모색하고 형성해 나아가도록 촉구하는 것 같다. 서양문명을 반성하고 극복하기 위해서 먼저 서양문명의 근원과 핵심을 살펴보자. 서양문명의 두 기둥은 히브리 기독교 신앙전통과 그리스 헬레니즘 사상전통이다. 두 전통은 국가주의문명의 지배와 속박에서 벗어난 정신과 사상의 해방구에서 생겨난 것이다. 히브리 기독교 신앙전통은 b.c. 18세기 경 아브라함이 수메르 메소포타미아 국가의 지배와 속박에서 벗어나 새로운 나라를 이루기 위해 떠돌이 생활을 시작함으로써 형성된 것이다. 강대한 제국의 지배와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떠돌이 생활을 시작함으로써 아브라함은 생명과 역사의 위기와 시련 속으로 빠져들었으나 생명과 역사의 진리를 깊고 온전하게 체험하고 깨닫고 실천할 수 있는 정신과 사상의 해방구를 갖게 되었다. 아브라함이 가졌던 정신과 사상의 해방구에서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가 생겨났다.


국가주의 문명의 억압과 수탈, 지배와 속박에서 벗어난 정신과 사상의 해방구는 강대한 제국의 지배와 속박 속에서 종살이를 하면서도 간직되고 보전되었다. 이집트의 종살이, 바빌론의 포로생활, 로마의 식민지 생활을 하면서도 아브라함에서 예수에 이르기까지 히브리인들은 정신과 사상의 해방구를 가지고 살았다. 이 정신과 사상의 해방구에서 히브리 기독교의 하나님(나라) 신앙이 확립되었다. 이들의 하나님(나라)신앙은 생명과 역사와 인간영혼의 진리를 깊고 철저하게 체험하고 깨닫고 실천하는 전통이었다. 이 전통에서 하나님은 생명과 역사의 중심에서 생명과 역사를 혁신하고 창조하는 초월자로 나타난다. 하나님 신앙은 생명과 역사의 진리를 깊고 높게 드러내고 인식하고 체험하는 방식이었다. 하나님 신앙과 함께 인간영혼의 깊이와 높이가 드러났다. 아브라함과 예수의 하나님 나라 신앙은 생명과 역사의 진리를 보다 깊고 철저하게 체험하고 인식하게 하는 것이면서 인간영혼을 깊고 온전하게 인식하도록 이끄는 진리체험의 방식이었다. 새 하늘과 새 땅을 창조하는 하나님은 인간의 삶과 역사를 심판과 구원(해방), 회개와 신생, 죽음과 부활로 이끄는 신이었다. 히브리 기독교의 하나님 신앙에서 생명의 자발적 주체성, 통합적 전체성, 창조적 진화성이 가장 깊고 치열하게 추구되고 실현되었다.


그리스 헬레니즘 사상전통은 미케네 왕국의 붕괴 이후 오랜 세월 국가 없는 혼란의 시기를 거쳐 자유로운 도시국가들을 형성하면서 생겨난 전통이다. b.c. 12세기 말 경에 지중해 지역의 많은 국가들이 갑자기 붕괴했다. 기후의 변동과 이민족의 침입에 적절한 대응능력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기이하게도 많은 국가들이 동시에 붕괴해 버렸다. 다른 지역들에서는 1~2백년 사이에 새로운 왕조국가들이 형성되었으나 그리스 지역에서만은 3~4백 년 동안 국가 없는 혼란기가 지속되었다. 무정부 상태의 오랜 혼란기를 거친 후에 그리스 지역에서는 다수의 농민세력과 소수의 귀족세력이 동맹을 맺고 작은 도시국가(폴리스)들을 형성하였다. 강대한 국가의 지배와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작은 도시국가들을 만들어냄으로써 자유로운 시민들은 정신과 사상의 해방구를 갖게 되었다. 노예들을 거느린 자유 시민들은 생산 노동에서 벗어나 순수한 과학철학을 형성하였다. 국가권력의 속박과 생산노동의 고역에서 벗어나 순수한 이성의 자유를 누린 이들은 순수한 수학과 기하학을 발전시켰다. 피타고라스는 만물의 본성을 ‘수’로 파악했으며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수학과 기하학에서 이루어지는 순수한 이성의 관조(觀照)를 이데아, 테오리아로 제시했다. 수학과 기하학에 기초한 이데아, 테오리아를 추구함으로써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물질세계를 뛰어넘는 고결한 존재와 이념, 선(善)과 가치, 행복과 목적의 형이상학을 제시하였다.


서양문명을 지탱하는 두 기둥인 히브리 기독교 신앙과 그리스 헬레니즘 사상은 오늘날 현대 서양문명에서 철저히 제거되었다. 오늘 서양문명을 지배하는 철학은 오로지 물질론(유물론)과 기계론이다. 마르크스뿐 아니라 모든 자연과학자들과 사회과학자들은 기본적으로 물질론에 머물러 있다. 탈현대주의 철학의 대표자 들뢰즈는 생명체와 인간을 ‘욕망하는 기계’, ‘생각하는 기계’로 봄으로써 생명과 인간을 기계로 파악했다. 특히 학자들의 정신세계에서 생명과 역사 그리고 인간영혼의 깊고 높은 진리를 드러내는 초월적 하나님 신앙은 제거되었다. 물질적 인과관계와 기계적 계산이 지배하는 사유와 정신의 세계에서 자연물질세계를 초월한 고결한 이념과 정신의 형이상학은 설 자리를 잃었다. 


물질론과 기계론에 함몰된 서양문명은 자신의 근원과 기둥인 히브리 기독교정신과 그리스 헬레니즘 사상을 버림으로써 생명과 정신을 이해하고 실현할 수 없게 되었다. 히브리 기독교정신은 깊은 영혼과 초월적 생명(역사) 이해를 전해주었고 그리스 헬레니즘 사상은 존재와 가치의 고결한 형이상학을 남겨 주었다. 오늘 서양문명에서 그리스의 형이상학적 존재론과 기독교의 초월적이면서 내재적인 생명철학은 사라졌다. 서양의 정신사에서 그리스철학과 기독교정신의 진정한 통합은 한 번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고대와 중세의 가톨릭 신학은 기독교의 초월적 생명철학을 관념화하고 그리스의 고결한 형이상학을 도구화할 뿐이었다. 그리하여 관념적인 교리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이성을 사용한 스콜라철학에 머물렀다. 근현대의 서양철학은 칸트의 인식론적 이성 철학 이후 초월적 생명철학과 고결한 형이상학을 몰아내고 물질론과 기계론을 바탕으로 과학적 이성과 양심적 의지를 내세우는 도덕철학에 머물렀다.


한국의 근현대는 조선왕조의 자멸적 쇠퇴, 일제의 식민통치, 남북분단과 군사독재에 맞서 싸우면서 국가권력의 지배와 속박에서 벗어나는 정신과 사상의 해방구를 가지게 되었다. 동학농민혁명, 안창호 이승훈의 교육독립운동, 삼일독립운동에서 촛불혁명에 이르는 민주화 과정은 한민족의 정신세계 속에 정신과 사상의 해방구를 열어 놓았다. 한국근현대의 정신과 사상의 해방구는 히브리 기독교의 초월적이면서 혁신적인 생명철학과 그리스 헬레니즘 사상의 과학적이면서 고결한 형이상학을 통합할 뿐 아니라 하늘과 인간과 땅을 아우르는 동아시아의 유기체적 생명사상, 한국적 민주공화의 정신을 통합하는 깊고 현대적인 생명철학을 낳도록 한민족을 이끌었다. 안창호, 유영모, 함석헌의 철학은 통합적이면서 깊고 현대적인 생명철학을 낳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과학적이면서 민주적이고 영적이면서 현대적인 생명철학을 확립할 때 새로운 생활문명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글쓴이 : 박재순

1 Comments
admin 2020.08.13 19:02  
박재순 교수님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윤창희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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